-
오감으로 체험하는 건축, 서초 오디움 (ODIUM) | 구마 겐고 × KKAA건축 사례 2025. 5. 10. 11:51
공간으로 연주되는 감각의 악장
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ODIUM)'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다. 건축가 구마 겐고(Kengo Kuma)와 그의 사무소 KKAA는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각을 넘어 오감 전반을 자극하는 공간을 설계했다.
음표처럼 리듬을 타는 알루미늄 파사드, 계곡을 닮은 외부 계단, 편백나무 향이 감도는 로비, 그리고 패브릭으로 둘러싸인 지하 라운지까지. 이 박물관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건축적 오디오 경험'이다.
자연으로 스며드는 입면, 계곡을 닮은 진입부- 알루미늄 파사드는 무작위로 배치된 파이프가 시간과 계절, 빛에 따라 색을 달리하며 살아 있는 입면을 만든다. 아노다이징 마감으로 섬세한 반사율을 조율했고, 얇은 파이프의 두께와 밀도 또한 현악기의 줄을 연상케 하며 사운드와 리듬감을 공간에 부여한다.
- 오버랩된 수직 알루미늄 루버는 루버 사이의 빛과 그림자가 마치 숲속 햇살처럼 아름다운 효과를 자아낸다.
- 외부 계단 벽면은 혹두기 석재 마감으로 거칠고 힘 있는 텍스처를 표현해, 청계산에서 이어진 계곡의 연속처럼 느껴지는 진입 동선을 연출한다.
"무작위 속의 질서, 자연의 무질서를 건축으로 반영한다." — 구마 겐고
편백나무 향기와 함께 시작되는 청각적 여정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후각이 자극된다. 알래스카산 편백나무 루버 마감은 따뜻한 색감과 함께 은은한 향기를 품고 방문자를 맞이한다. 이 공간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냄새 맡고, 듣고, 걷고, 만지는' 곳이다.
- 우드드레이프(Wood Drapes): 나무 루버를 커튼처럼 배열한 디테일로, 부드러운 곡선과 음향적 확산 효과를 동시에 갖춘 벽체 설계.
- 대형 오디오 전시품 고려: 최대 40인용 승강기 설치 및 넓은 이동 동선 확보, 공조 시스템 최적화.
- 강한 외부에서 부드러운 내부로의 전환: 외부의 강한 알루미늄에서 내부의 따뜻한 목재 마감으로 이어지는 점진적 감각 변화.
감각의 절정을 향한 여정, 지하 라운지와 전시 공간
- 지하 라운지는 구마가 구상한 '동굴 끝의 반전 공간'으로, 하얀 패브릭이 공간을 감싸며 흡음성과 미적 감각을 모두 갖춘 휴식 공간으로 구현됐다.
- 패브릭 설치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활용해 리드미컬한 입체감을 더했으며, 매직테이프로 고정되어 유지 보수가 용이하다.
- 모든 감각의 통합: 이 공간은 시각을 넘어 소리, 바람, 향기를 담아,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 체험을 제공한다.
"약한 재료로 강한 공간을 만든다. 이것이 약한 건축의 진정한 힘이다." — 구마 겐고
약한 재료의 미학, 구마 건축의 현재형
콘크리트와 철이 아닌, 나무, 천, 알루미늄, 빛과 바람 같은 '약한 재료'로 공간을 채우는 구마의 건축 언어는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명제를 넘어선다.
그의 말처럼, 폐쇄된 사각형의 상자가 20세기 건축이었다면, 21세기는 열린, 약한, 자연과 공명하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오디움은 그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국내 최신작이자, 앞으로 한국에서 펼쳐질 KKAA의 행보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다.
프로젝트 정보 요약
프로젝트명 오디움(ODIUM) 위치 서울 서초구 헌릉로8길 6 설계 Kengo Kuma & Associates (KKAA) 주요 마감재 알루미늄 파이프(아노다이징), 알래스카 편백나무, 석재(혹두기 마감), 패브릭 루버 주요 공간 로비, 전시홀, 지하 라운지, 외부 계단, 엑시트 갤러리 등 협업 Kozo Keikaku Engineering, NI Steel, LPA (Lighting Planners Associates), Nippon Design Center 시공 KCC Corporation 수상 Prix Versailles 2024 (World Selection – Museums) 사진 ©︎ Lee Namsun, ©︎ Lee Yongbaek, ©︎ Taiki Fukao '건축 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심 속 열린 광장, 아모레퍼시픽 본사 | 데이비드 치퍼필드 (0) 2025.06.07 강릉 솔올미술관 | 마이어 파트너스의 한국 첫 미술관 건축 (0) 2025.06.05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Seoul Museum of Photography | 믈라덴 야드리치 × 윤근주 (0) 2025.05.31 제주 섭지코지에 스며든 조각, 글래스 하우스 | 안도 다다오의 자연 건축 (0) 2025.05.13 서울 도심 속 쉼의 풍경 — 나무호텔 | 모노건축사사무소_정재헌 (0) 2025.05.07 [건축사례 #18] "나선으로 오르는 생명의 건축 — 체코관 @ Expo 2025" (0) 2025.05.05 경주 가볼만한 곳 경주 대릉원 옆, 고분을 품은 미술관 — 오아르 미술관 | 유현준건축사사무소 (0) 2025.04.28 [건축사례 #17] 국내 공동주택 사례 🏙️ 타워 블록 하이브리드, 강남 언덕 위의 새로운 공공주거 실험 (0)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