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Seoul Museum of Photography | 믈라덴 야드리치 × 윤근주

 

©윤준환

픽셀처럼 쌓아 올린 시간의 건축

2025년 5월,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의 공공 사진 전문 미술관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개관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전시를 위한 공간을 넘어,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시간성과 감각을 공간으로 확장해 해석한 실험적 건축입니다. 설계는 오스트리아의 믈라덴 야드리치(Mladen Jadric)와 윤근주(일구구공 도시건축)가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건축 개요

• 위치: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창동)
• 규모: 지하 2층, 지상 4층
• 연면적: 약 7,900㎡
• 설계: Mladen Jadric + 윤근주(1990도시건축)
• 완공: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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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원소 ‘빛’과 ‘픽셀’을 건축으로 번역하다

외관은 불규칙한 직사각형 모듈이 쌓인 형상으로, 마치 사진의 최소 단위인 ‘픽셀’처럼 구성되었습니다. 이 픽셀 벽체는 반사와 투과가 가능한 소재로 마감되어, 햇빛과 시간, 계절에 따라 외관이 변주됩니다. 건축 그 자체가 하나의 빛을 담는 필름처럼 기능하며, 도시 속에서 사진적 감각을 확장시킵니다.

출입구는 카메라 셔터처럼 바닥이 열리며 진입하는 개념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수직으로 만나는 벽과 바닥 대신 곡면이 접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사용자의 이동이 사진 촬영의 ‘찰나’를 은유하도록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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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간: 정형을 거부한 전시의 장치들

2층: 굴곡의 미학, 비정형의 전시실

전시실 내부는 벽이 직선이 아닌 곡면으로 처리되었고, 일부는 솟은 언덕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관람 동선에 따라 전시 작품과 시선이 유동적으로 연결되도록 의도된 설계입니다.

3층: 흑백의 명확함, 사각의 정제

전형적인 정방형의 전시실이지만, 하얀 벽과 검정 천장이 강한 콘트라스트를 형성합니다. 고전적인 흑백 사진부터 동시대 미디어 작업까지 폭넓은 수용을 위해 정제된 분위기를 구현했습니다.

4층: 포토 라이브러리

사진 관련 서적 1만여 권이 구비된 아카이브 공간으로, 일반 시민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입니다. 사진책 제작 워크숍, 마케트 세미나 등 실험적인 프로그램도 병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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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 ‘광채’와 ‘스토리지 스토리’

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

한국 예술사진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1980~1990년대 사진가들의 작업을 조명합니다. 정해창, 임석제, 이형록, 조현두, 박영숙 등의 대표작을 통해 한국 사진의 이론적 기반과 미학적 실험을 되짚습니다.

 

스토리지 스토리

6인의 동시대 작가(원성원, 서동신, 오주영, 정멜멜, 정지현, 주용성)가 참여한 프로젝트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생기기까지의 과정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재해석한 작업입니다. 사진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기록의 방식으로 기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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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태도: 감각을 담는 그릇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사진을 매개로 ‘빛’과 ‘시간’을 건축적으로 해석한 드문 사례입니다. 건축은 전시를 담는 틀이 아니라, 스스로 사진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기계이며, 감각의 플랫폼입니다. 특히 주변의 도시와 무관하게 고립된 매스가 아닌, 다양한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며 도시적 문맥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구조물로 기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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